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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법민 단장 “K-의료기기 연구개발 토양 일궈 ‘한국판 GPS’ 키우겠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9.09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사업단 3월 출범 후 밑그림 완성
6년여간 4개 부처, 산학연 협업으로 의료기기 R&D 진행
시장과 동떨어진 R&D에 위축됐던 국내 의료기기 산업
“시장과 밀접하게 호흡해 사업화·매출 발생까지 끌고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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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장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단장이 부처간 협업으로 의료기기 연구개발(R&D)부터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2016년부터. 대학(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에서 열심히 가르친 학생들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대기업 전자업체 취업으로 선회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 이같이 결심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키워 학생들이 갈만한 훌륭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과정 등 기획부터 시작했다. 당초 10년을 신청했지만 선정 과정에서 6년으로 사업기간이 줄어든 상황. 부담은 크지만 의료기기는 반도체보다도 부가가치가 높은, 잠재력이 큰 분야다. 사업기간 안에 반드시 성과를 내 한국의 GPS(GE, 필립스, 지멘스)’ 탄생 기반을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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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드트로닉스, 존슨앤드존슨 같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영향력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출발은 이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A. 존슨앤드존슨 같은 회사는 R&D 투자가 연간 1조원에서 2조원에 이른다. 우리는 국가 자금으로 하는 R&D 규모가 연 2000억원이 안 된다. 결국 사업단은 마중물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도 소기의 성과가 보인다. 실수요자인 대형병원들이 연구개발 초기부터 관심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 게 그것이다.

 

Q. 의료기기 중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이며,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는 어떤 것인가?

 

A. 현재 매출이 잘 나오는건 임플란트와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초음파, X-레이 분야다. 재료와 관련된 품목들, 소화기 스텐트, 카테터 등 몇 개 품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관련해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AI 관련된 의료기기들의 임상시험 건수가 한국이 가장 많고, 해당 분야에서 가능성 높은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에는 세계 최초로 AI 관련된 의료기기가 보험수가도 받았다.

 

Q. 사업단은 결국 부처간 합의와 조정을 이끌어내는 게 최대 역할로 보인다

 

A. 4개 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마다 R&D대한 기본 접근법이 각각 있다. 의료기기는 기술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병원이 참여해야 하고, 사업화·제품화로 이어져야 한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절대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때문에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부처별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이런 특성을 인식시키는 것에 공을 많이 들였다.

 

Q. 범부처 사업의 취지는 부처간 중복사업을 지양하고, 단기과제 대신 큰 그림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A. 기존에는 R&D 중복 문제가 있었고, 의료기기라기 보다 기초R&D에 가까운 것들이 많았다. 의료기기 R&D는 처음부터 목적을 뚜렷하게 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 R&D를 보면 시제품 출시하려는 과정에서 특허나 수가에 막힌다든지, 기존 제품보다 기술이 향상됐는데도 병원에서 외면받는 경우들이 많다. 시장의 방향과 맞지 않아 3~5년의 R&D 성과가 한 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사업단은 과제를 선정 때부터 사업성에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검증하려 한다. 기존의 국가R&D처럼 인허가 받고 끝나는게 아니라 시장 진출까지, 실제로 매출이 날 때까지 끌고 가볼 생각이다.

 

Q. 사업이 성공하려면 대기업 참여도 많아져야 한다.

 

A. 이번 사업의 일부 품목에는 대기업들이 일부 지원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든 역할이 중요하다. 대기업 포함해서 중소기업의 여러 성과들을 투자로 연결할 수도 있고,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이나 공공조달 형태로 할 수도 있다. 다양한 매출 발생 모델을 구상 중이다.

 

Q.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어떻게 변하면 좋은가?

 

A. 의료기기 분야는 정부가 아무리 틀을 잘 만들어놔도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병원과 기업이다. 의료기기 산업화에 관련된 많은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우리와 같은 절박감을 갖고 노력을 함께 해줘야 한다. 한국은 의료기기산업 후발주자다. 후발주자가 정말 발 붙이기 힘든 분야가 의료기기다. 중국은 국가에서 국산 의료기기를 쓰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을 한다. 그게 효과를 내 매출이 단기간에 조단위가 넘는 회사들이 생겼다. 국내는 의료기기 회사 중 가장 큰 곳이 오스템인플란트인데 연매출 6000억원 정도다. 큰 회사가 없다. 국내 시장도 달라져야 한다. 최종 수요자인 병원이 R&D 단계부터 참여하는 게 사업 성공의 핵심 요건이다. 병원도 이제 R&D에 참여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브레인들이 의대로 몰리지 않나. 고려대 교수를 하면서 입학사정관도 했는데,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뛰어나 엔지니어로서 미래가 창창하겠다 싶은 인재들도 다 의대(의전원)를 가더라. 의대를 가도 좋다. 본인이 관심이 있다면 R&D를 하고 의과학자로 길을 개척할 수는 있지 않겠나. 병원 입장에서도 이들을 활용해 진료 수익에만 기대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Q. K방역이니 뭐니 하지만 코로나19로 향후 사정이 심상찮다. 그런 점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예타 과정 총괄위원장부터 몇 년간을 사업단 꾸려왔는 데 국내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동안 의료기기 부문에서 R&D 성공률이 5%도 채 안 된다고 하더라. R&D 방향 자체가 시장에서 바라는 것과 괴리가 있었던 문제도 있었다. 연구자로서 부끄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안된다.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에크모는 비상상황이 되면 어느 곳에서도 수입하지 못한다. 각 나라마다 중요한 의료기기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외국에서는 진단키트 수급이 중요한 이슈였는데, 이것도 다 의료기기다. 최근 자유무역 체계가 깨지는 과정에서 의료기기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필수항목이다. 코로나19는 기회이자 위기다.

해럴드경제 (2020.09.09), 대담=조문술 부장, 정리=도현정 기자